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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항소심의 사후심화, 1심 충실화에 맞춰 점진적 시행'
출처 | 법률신문      등록일 | 2017.03.09

최완주 서울고법원장


"'항소심의 사후심적 운용'이라는 용어가 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1심 재판에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채택까지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상당히 있는 듯 합니다. 항소심의 사후심적 운용은 1심 판단을 마냥 존중하자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뜻입니다."

9일로 취임 한달째를 맞는 최완주(59·사법연수원 13기·사진) 서울고법원장은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항소심의 사후심적 운용 방안에 대한 변호사업계의 반발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8일 전국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해(변호사 1727명 참여) 응답자의 85.3%가 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항소심의 사후심적 운용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허용범위서 선택과 집중

"변호사들께서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1심에서 재판이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 항소심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주장이나 증거조사를 받아주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1심 진행 정도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1심에서 충분히 쟁점이 부각되고 충실한 증거조사 등이 이뤄진 경우에는 조기에 사건을 종결하고, 1심에서 심리가 부족하거나 항소심에서 새로운 쟁점과 증거신청이 있는 사건은 쟁점정리를 통해 심리방향을 확정한 후 집중적으로 심리해 변론기일 공전을 막고 심리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최 원장은 1심에서 충실하게 심리한 재판을 항소심에서 다시 중복해 복심처럼 운용하는 것은 한정된 사법자원 낭비일뿐만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충실하게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변호사업계의 우려와 달리 사후심화가 당장 전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1심 충실화와 발맞춰 점진적으로 시행될 것이며 법원 내부는 물론 변호사업계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신임 법원장으로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법원은 이끌어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법원은 기관장이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닙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법원의 본질적 기능은 공정한 재판을 하는 것이고, 법원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법원 구성원들이 이 같은 재판 업무를 충실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고도의 집중력과 적절한 균형감각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업무부담과 적절한 휴식이, 평정심과 여유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법원 법관과 직원들이 평점심을 유지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대한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법원장의 역할은
충실한 재판업무를 위한 뒷받침

최 원장은 서울고법 구성원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을 관할하는 큰 법원으로서 대한민국의 중추법원이자 선도법원입니다. 국민은 우리 법원이 어떻게 재판을 하는지,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법관과 직원들이 지금까지 잘 해왔습니다만, 이런 점을 상기하고 절차적 공정성과 올바른 법정언행은 물론 일상생활에서의 몸가짐에 대해서도 스스로 돌이켜 보고 더 개선할 것은 혹시 없는지,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숙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최근 고등법원 배석판사 보직을 기피하는 법원 내부 분위기에 대해서는 "최근 지방법원 배석판사 근무기간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보니 다시 고법에서 2년간 배석판사 생활을 하는데 부담감을 갖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최 원장은 고등법원 배석판사 경험이 법관생활을 하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 같은 경우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나가 재판할 때 고법 배석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1심 재판이 잘 됐는지,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무엇이 아쉬웠는지를 볼 수 있는 곳이 고법 배석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재판 업무를 하는데 고법 배석 경험은 큰 도움이 됩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웃음)."

고법판사 잇단 사직 안타까워

최 원장은 또 최근 늘어나는 고법판사 사직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법관인사 이원화 제도 운영 방향이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고법판사들이 법관으로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런 점이 사직 결심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안타깝고 법원장으로서 우려도 됩니다. 상고심 제도를 비롯해 심급구조 변경·개편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법관인사 이원화를 곧바로 완성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급적 조속히 법관인사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재판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인사정책이 수립되길 바라고, 고법판사들이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자긍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1심 충실화와 항소심의 적정한 운용에도 관심을 갖고 추진하겠습니다."

원로법관 기본취지에 공감

울산지법원장과 서울행정법원장 등 이미 두 차례나 법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지만 지금이 그 어느때보다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최 원장은 말했다. 과거 울산지법이나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중요사건이 접수 또는 종료됐다는 내용의 보고가 1주일이나 한달에 1~2건 정도에 불과했지만, 서울고법원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거의 매일 이런 보고를 받는다고 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을 관할하는데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중요 사건들이 집중되는 곳이라 지난 법관 생활 동안 거쳤던 어느 자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올해 처음 도입된 원로법관제를 통해 시군법원 판사로 일선법원에 복귀한 조병현(62·11기) 광명시법원 판사와 심상철(60·12기) 광주시법원 판사 등이 그의 전임 서울고법원장들이다. 최 원장도 임기를 마치면 국민과 소통하면서 재판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사람 일이야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이 자리에서 제가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만(웃음), 원로법관 제도의 취지에 공감합니다. 저 역시 적절한 시기와 여건이 되면 꼭 원로법관이 아니더라도 당사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재판하게 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장호 기자 jangho@lawtimes.co.kr